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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 유출과 ‘새치기 교육’
작성자 : 관리자
2010-02-18

 

 

1980년대 1.5세인 기자가 SAT 시험을 칠 때만해도 SAT 학원이나 SAT 과외가 없었다. SAT를 공부하기 위해서는 10달러 내외인 참고서를 구입해 공부하고 사전의 단어를 외우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SAT 학원들이 남가주 곳곳에서 문을 열기 시작했으며, 고등학교 재학생을 둔 학부모들은 SAT 학원에 자녀들을 보내지 않으면 공부에 차질이 생길지 모른다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한국 강남에서나 볼 수 있는 소위 ‘족집게’ SAT 과외도 나왔다.

 

이와 같이 SAT에 대한 교육열이 날로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한국에서 SAT 문제지 유출을 둘러싼 사건이 발생해 한국 사법당국과 SAT 주관사인 ETS가 사건의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시험지 유출에 둘러싼 학원과 학부모 간의 은밀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하는데, 일부 ‘간 큰’ 학원 강사는 2,000만~3,000만원을 받고 시험지를 빼돌린다고 한다. 태국뿐만 아니라 한국 시험장에서도 SAT 시험지를 빼내 시차를 두고 미국에서 시험을 치르는 학생들에게 보내주는 대가로 수천만원의 금품이 오간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번 SAT 시험지 유출사건은 시험과 둘러싼 비도덕적인 행위가 발생됐다는 점 외에도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국제적인 망신을 주기도 했다. SAT 시험지 유출사건이 외신을 통해 보도되면서 ‘커닝=한인 학생’(Korean student=cheater)이라는 댓글들이 야후 등 포털 사이트를 통해 올라오고 있다.

 

SAT 시험이 이렇게 수천만원, 수만달러를 쓸 만큼 중요한 것인가? 사실은 그렇지 않다. 미국의 많은 대학들이 SAT, ACT 등 수능시험을 입학사정에서 제외시키겠다고 밝히고 있는데, 지난해 전국 815개 대학에서 더 이상 SAT 점수를 대입 사정기준에 사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UC도 최근 SAT II 성적을 2012년 학기부터 사정기준에서 빼겠다고 지난해 결정했다.

 

많은 대학들이 SAT 점수보다는 학생의 일반 성적을 토대로 입학 여부를 가리겠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SAT 점수보다는 AP점수를 더욱 중요하게 여기겠다는 대학들이 늘고 있다. 많은 한인 학부모들이 가지고 있는 시험만 잘 치면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은 착각인 것이다.

 

육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자녀를 ‘바른 사람’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다. 수천만원을 들여 불법적인 방법으로 자녀들의 수능시험을 돕겠다는 생각은 자녀를 ‘교육’시키는 것이 아니라 ‘새치기 인생’을 가르쳐주는 것밖에는 아닌 것이다.

 

 

[백두현 / 부장대우 특집2부]